복합 악재가 불러온 ‘퍼펙트 스톰’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원인을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탓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인으로는 ‘반감기 사이클 종점’, ‘레버리지 후유증’, 그리고 ‘트럼프 레임덕 우려’ 등이 꼽힙니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은 과거 사례를 통해 반복되어 온 ‘반감기 사이클’입니다. iM증권 양현경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통상 반감기 이후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에 최고점을 경신하고,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하셨습니다. 4차 반감기가 지난해 4월 20일이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진단입니다. 과거 반감기 이후 최고점을 찍은 뒤에는 과열에 따른 큰 폭의 조정이 어김없이 찾아왔던 만큼, 이번 하락장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청산의 악순환, 시장 구조의 균열
또 다른 급락의 핵심 원인은 ‘레버리지(차입 기반 투자) 청산’ 사태입니다.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헥스트러스트의 알레시오 콰글리니 CEO는 10월 10일 비트코인 급락으로 발생한 19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청산 사태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일명 ‘퍼프스’와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세 부과 발표로 인한 가격 급락과 맞물려 대규모 강제 청산을 불러왔습니다. 펀드스트랫 창업자 겸 비트마인이머전테크놀러지스 회장인 톰 리 씨는 이러한 대규모 청산과 시장조성자의 손실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하락의 핵심 배경이며,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시장 구조의 균열’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청산이 연쇄적인 매도로 이어져 또 다른 청산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11월에도 일일 10억 달러 규모로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레임덕 우려, 정책 불확실성 증폭
정치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가상자산 강세장의 핵심 요인이었던 ‘트럼프 효과’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의 수도’를 공언하며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펼쳤으나, 최근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보다 큰 패배를 겪으면서 취임 1년 만에 ‘레임덕(조기 권력 누수)’ 우려에 직면했습니다. 지지율마저 집권 2기 이후 최저치인 38%로 나타나면서, 내년 중간선거 전후로 레임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양현경 애널리스트는 레임덕 우려가 부각되면서 가상자산 정책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셨습니다.
암호화폐 폭락 사태를 예견했던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 씨는 비트코인이 5만 8,000달러까지 밀릴 수 있으며, 20만 달러 도달은 2029년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상승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과연 비트코인은 이 복잡한 난국을 헤쳐나가 다시 한번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